최근에 디씨인사이드의 한국애니 갤러리를 집중적으로 눈팅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외에 다른 한국 애니 관련 커뮤니티는 잘 접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현재 흐름이나 현황들을 대략적인 수준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주 게시판을 보는 편이다. 그런데 계속적으로 눈팅을 하고 다른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바로 K-리그라는 내 자신이 향유하는 국내의 프로축구 리그와 너무나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국내리그가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시작한 것은 이제 10년 남짓 정도이다. 2002년 월드컵이라는 특수적 상황이 있었지만 그 것은 잠시 월드컵 스타+잠시간의 애국심 효과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실 그 동안 필자는 매우 외로운 길을 달리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케이리그에 빠지기 시작했던 1999년 부터 수원삼성의 팬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 사실 축구 좋아한다고 해서 케이리그 좋아한다는 사람은 그닥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로지 남는 것은 케이리그에 대한 멸시와 재미없다는 핀잔 뿐 그리고 그런거 왜 보냐라는 비아냥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비아냥은 많이 피한다.) 그런데 이런 케이리그 팬들 말고도 또 다른 외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일본애니를 주로 즐겨다 보는 편이었으며 한국 애니에 대한 정보가 그닥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마치 유럽의 축구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면서 정작 국내의 상황에는 어두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커뮤니티를 보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수가 즐기지 않는 컨텐츠를 즐기며 그 것에 심취한자들로 부터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맹비난 당하는 것을 막아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또 똑같이 재미 없다는 이유로 갖은 멸시와 박해를 받으며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살려내기 위해 지식을 함양하고 또 생존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까지 너무나도 똑같았다. 

 즉, '무시'라는 단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한국의 것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한국의 어떤 것은 외국의 그 무엇보다 별로더라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시장안에서 수많은 컨텐츠들을 향유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한계 속에서 수 많은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적들이 향후 미래의 잠재적 고객군이라는 측면은 분명 간과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들은 기초적으로 일단 '무시'를 하고 보기 때문에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축구만 봐도 그렇다. 한국선수들의 유럽진출 그리고 케이블 티비 영역의 확대와 더불어서 유럽권의 아시아 시장 개척까지 파고 들면서 수많은 해외축구 컨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다. 10년전만해도 국가대표가 전부였고 해외축구는 극소수 매니아의 영역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온라인 조금만 뒤져봐도 유럽축구팀의 유니폼 구하기는 정말로 쉽다. 반면에 그 10년사이 대중에게 인지도는 확보하였지만 대형시장의 컨텐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케이리그, 마찬가지로 한국 애니 역시 한 때 르네상스를 열었지만 일본문화 개방과 더불어서 일본쪽 컨텐츠의 접근도가 쉬워진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애니.

 물론 단순히 보면 대형마켓들에 비해서 많은 컨텐츠를 양산해내기 힘들고 또 그에 비례하는 재미 역시 가져다 주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국심에 이 것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적인 도전 속에 선입견에 의한 실패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시장자체가 정체 또는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자들을 보면 화가 나는 건 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월한 컨텐츠를 접하다 생긴 편견으로 인해 풀뿌리 토양이 썩어가는 모습 속에서 공통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선입견과 무시 속에서도 그 들은 계속해서 나갈 것이다. 앞으로 후세대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풍요롭게 우리 가까이 있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애니 하나가 현대차 몇십만대 팔아 먹는 것만큼의 파급 효과고 박지성 하나가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증폭시키는지 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가깝고 또 체감하면서 온몸으로 느끼며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먼훗날 아무도 없는 빈경기장, 한국어를 찾아볼 수 없는 애니, 분명 문화는 즐기고 있지만 내 것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막기 위해 바로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석유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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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뭘그리 심각함.... 포기하면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