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간토

2010 도쿄여행, 제 1일차-나는 태풍과 함께한다.

나그네 신군 2010. 9.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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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9개월여만의 도쿄였다. 

 그러나 내 앞을 가로 막을려고 하던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하여 제 8호 태풍 콘파스였다. 나보고 도쿄가지 말라는 것인가? 하루 하루 태풍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한 이틀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한가지 희망이라면 태풍이 생각보다 일찍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인천공항은 여간해서는 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일 새벽녘 나리타를 거쳐 미주로 향하는 델타항공편과 유나이티드 항공편이 결항이 되었고 뒤이어 중국가는 중국비행기들이 결항되기 시작했다. 또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KLM네덜란드 항공 비행기가 5시간 이상 지연되고 있었으며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역시 수시간 이상 지연됨을 알려왔다. 

 근데 당신은 기적을 믿는가?

 기적을 믿는다면 아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기적을 믿을 것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난 이후 한반도는 완전 난리가 나있었지만 내가 공항으로 향할 때 단지 태풍이 지나갔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을 뿐 비는 개어있고 조금씩 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밤새 비행편이 결항되었을 경우를 상정하여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잤던 나를 놀리 듯이 새벽녘 태풍은 거대한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갔고 나에게 하늘길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은 매우 요원하였다. 아침에 뉴스를 보니 하필 내가 이용해야하는 경인선이 운행이 정지된 상황이었고 길바닥에 나와보니 버스고 자가용이고 길거리는 차로 뒤덮혀 그 시간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택시를 잡고 공항가는 버스가 있는 송내역으로 향하였는데 도저히 차들이 갈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ㅡ심지어 나는 온수역에서 5분을 더 걸어 역곡역과 그 중간에서 택시를 탔다ㅡ부천역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40분 보아하니 다시 전철이 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한가지 도박을 걸었다. 택시로 가봐야 정말로 답이 없는 상황. 그럼 부천역에서 전철오는지 안오는지 확인 한번 해보자. 그리고...

 행운의 여신은 다시 나의 손을 들어줬다. 역에 진입해 보니 어디선가 오는 동인천 급행 마지막 차량이 오고 있었고 그 이후의 차편은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보자마자 기쁜 마음에 냅다 탔고 인천공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족: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까지 사진이 없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난 이렇게 묻고 싶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 당신은 카메라 셔터를 열 수 있는가? 라고

 공항가는 302번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면서 조금씩 날씨는 개어가고 있었다. 해가 보이기 시작했고 인천공항에 닿을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 햇님은 밝은 웃음을 보여주며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나를 반겨줬다. 

 도착해보니 인천공항은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일부 항공편이 결항된 상태였고 미주행 항공편의 승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피곤한 얼굴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저 것이 내가 탈 비행편이었다면 아마 나도 저 줄사이에 껴서 대기타고 있었을 것이다.ㅡ실제 그날 디씨인사이드 일본여행갤에는 해당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기 타는 비행기 결항됬다고 글을 썼다.ㅡ

 어쨌던 도착시간은 비행기 출발까지 1시간 40분여가 남은 시간, 폭풍과 같은 스피드로 수속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환전한 엔화를 찾고 공항가는 모노레일을 타고 탑승동에 도착하고 보니 탑승까지 꼴랑 20분 남았다. 식사? 식사따윈 햄버거로 때웠다. 


보딩패스와 여권, 이렇게 한장 찍고나면 비로소 외국에 간다는 느낌이 든다.


블라디보스톡 항공, 보통 동시간대에 KLM네덜란드 항공 암스테르담 가는게 있는데 이날 내가 시간이 없어서 탑승동을 천천히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날 건진 외항사 사진은 이 사진이 전부이다. 그리고 날짜 표기가 잘못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사진기를 사용하면서 시간 셋팅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오해는 마시라. 


이날 내가 타고간 비행기 NH908, A320-200


이날 인천공항의 모습, 이날은 밀렸던 비행기들이 쭉쭉 빠져나가면서 흡사 택싱웨이는 줄줄이 쏘세지를 보는 듯 싶었다. 


영종도 일대의 모습, 석모도의 모습이 보인다.


 보통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면 우선회를 해서 강화도 상공을 통과해 서울 상공에 진입하는데 이날은 좌선회를 하여 영종도 상공과 인천상공을 통과해 서울상공에 진입하였다.  


 하늘에서 본 인천항의 모습


구름으로 가득찬 한반도상공


NH908편의 기내식, 항상 느끼는 거지만 조촐하다. 거기다가 9개월전과 비교해봤을 때 메뉴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주항공사보다 잘나오니깐 그걸로 된거다.


울릉도로 추정되는 곳


오키군도인가? 어쨌던 이제 일본혼슈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곳의 루트는 보통 포항을 거쳐 동해상공을 지난 뒤 오키군도 부근을 지나 돗토리 현을 거쳐 나고야로 향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뭐 이 비행기에는 PTV가 없으니 항로를 정확히 알리는 만무하다.


나고야공항 상공을 지나는 중.


후지산의 모습들


시즈오카와 후지산


다시 후지산


정신없이 후지산을 찍고 나니 어느덧 도쿄만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가느다란 틈새사이로 요코하마와 도쿄가 살포시 보인다.


미우라반도


치바현의 해안선, 매끈하게 잘 퍼져 있는 것이 우리나라 동해안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치바현의 해안이 보인다는 것은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슬슬 착륙채비에 들어갔다.


드디어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였다. 사실 여권만료가 1달도 남지 않아 조금 걱정은 했었는데 별다른 질문도 없었고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지문찍고 스탬프 찍고 끝. 이어 세관검사를 통과한 뒤 흡연실에서 상륙기념 담배를 한대 핀 후 지난번 나리타 공항 외부를 찍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외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나리타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 신차의 모습이다. 신선의 개통과 더불어서 기존의 스카이라이너는 시티라이너로 격하되었고 이 녀석이 이제 스카이라이너로서 생명을 이어가게 되었다. 요금은 2400엔, 닛포리까지 50분도 채 안걸렸다.


가격경쟁력, 시간 모든 면에서 이 녀석이 나리타 익스프레스에 비해 우위에 있다. 물론 해외여행객에게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좀 더 경쟁력이 있고 가격에서는 케이세이 급행이 가장 베스트이긴 하지만 소요시간을 생각해봤을 때 이 녀석만한 녀석은 없을 것이다.


신차라서 그런지 내부가 매우 깨끗하다.


천신만고 끝에 숙소인 스가모에 도착, 이 사진은 이미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주변을 관광하기 위해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나리타공항에서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10분 가량. 아마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왔었으면 열차안이거나 이제 막 도쿄역에서 환승하러 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스가모역 주변의 전경


여기가 스가모에서 가장 유명한 지조도리이다. 보통 어르신들의 신주쿠로 불리우는 이 곳은 주요 고객층이 노년층이어서 그런가 몰라도 상점들이 상당히 빨리 닫는 편이었다.


지나가면서 본 한약집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시점. 뭐 딱히 구경할거라고는 거리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에 숙소를 삼았던 이케부쿠로가 유흥가 천지여서 매우 시끄러웠던데 반해 이 곳은 매우 조용하였다. 물론 숙소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흥가가 있었는데 정장입은 아저씨들이 말없이 이 곳에 놀다가라고 손짓만 하던걸로 보아 분명 그리 좋은 곳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취객이 난무하던 이케부쿠로와 달리 분명 이 곳은 매우 조용하였다.


스가모의 상징 붉은색, 그리고 붉은 속옷


그렇게 지조도리를 지나고 보니 매우 작은 전철이 있었다. 노면전차로 알려진 이 선의 이름은 도덴아리카와센, 역명은 고신스카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힘든 녀석이기 때문에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수도권 전철로의 재탄생을 기다리는 수인선이 생각난다.


그리고 지조도리를 다시 걸으며 찍은 사진

 이렇게 하여 첫 날의 일정을 마감하였다. 오자마자 한 일은 마츠야에 가서 규동을 먹었으며, 숙소에 돌아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맥주와 안주거리를 샀다. 9개월만에 마신 에비스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는데 이 것이 맥주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부근의 이케부쿠로도 한번 가볼까도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동네 자체가 밤엔 그리 안전하다 볼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뭔가 매우 길었던 이날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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