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홋카이도

푸르른 하늘 아래 낙원을 그리며-홋카이도 여행기 1

나그네 신군 2015. 6. 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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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어느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고 꿈을 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소망은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단어와 함께 소멸이 되고 가슴 속에 아련한 꿈은 그저 한줌의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갈 따름이다. 그 무엇보다 가슴 속에 남은 갑갑함들...나의 대한 미래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소중한 사람에 대한 생각 현실이 결박 시켜놓은 내 자유에 대한 분출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있었다. 회사일도 지치기 시작하였고 도회지를 벗어나 낙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금은 천천히 내 마음 속의 혼란한 세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를 가야할지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해 갔었던 킨키지방을 갈 것인가 아니면 일본이 아닌 태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를 갈지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고 치안 같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동남아는 대상에서 제외를 하였다. 이어 후보지는 일본의 수도권과 큐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킨키지방이 되었다. 수도권 같은 경우 첫 해외여행지였다는 점이 매력이었지만 워낙 도시적인 분위기가 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일을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킨키지방 같은 경우 지난해 갔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별로 외국에 온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다양한 일들도 있었지만 잠깐 동네 마실나온 기분 같아서 여행기조차 쓰지 않았다.―회사일이 바쁜 것도 있었지만―먹거리와 사진들은 가득 있었지만 당시에 체득한 감정이 너무나도 오묘하여 글을 쓸 수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킨키지방 역시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어 오키나와 같은 경우 5월 부터 10월까지 태풍이 들어오는 관문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행에는 매우 부적합한 상태가 된다. 특히나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기간이 6월이었기 때문에 오키나와 역시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여 최종적으로 낙점이 된 곳은 한국에서 거대한 강원도로 불리는 홋카이도였다. 홋카이도 같은 경우 뛰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이 낙후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혼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최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같은 경우 이미 사직을 통보한 이후 였기에 지난해 킨키지방 여행과 비교하여 한결 여유 있게 일정을 짤 수 있었다. 그렇게하여 총 7박 8일의 일정, 총 6개의 도시를 선정하였다. 더불어 호텔 예약도 진행하는 한편 이번에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따로 베이스캠프를 두고 하기 보다는 계속 움직여가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향으로 정하였다. 


 패스같은 경우 일정을 고려하여 JR홋카이도 플렉시블 패스를 구입하였다. 이는 가수 오지은의 저서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 다룬 패스인데 개시 후 10일 이내로 자유롭게 4일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패스이다. 패스의 개시는 역에서 개찰을 함과 동시에 개시가 되며 개시 후 1주일간 혹은 4일간 계속 사용해야 하는 다른 패스들과 달리 자신의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매우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일정의 경우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애시당초 이곳에 가는 목적 자체가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조금은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하여 느린 속도로 가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하코다테 2박 3일, 비에이+아사히카와 1박 2일, 왓카나이 1박 2일, 삿포로+오타루 3박 4일의 일정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쿠시로나 네무로와 같은 매력적인 공간들이 많이 있는 곳이지만 언젠가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포기를 하였다. (참고, 홋카이도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통치영역에 3분의 2 수준이다.) 


2014년 8월 5일, 간사이 공항-여행이란 항상 설렌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난 뒤, 문방구에 들려 노트를 구매하였다. 바로 내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를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이 감정들을 정리하기 위해 구입을 하였다. 공개할 수 없는 편지부터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여행에 대한 감각, 미래에 대한 생각까지, 이 블로그에 공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내용은 분명 공개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 여로의 시작 (인천공항)


특별한 곳


 나에게 있어서 터미널은 특별한 존재이다. 그것이 전철역이 되었던 버스터미널이 되었던 공항이 되었던 터미널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곳 그리고 새로운 여행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그리는 그곳에는 항상 설레임이 가득하다. 한가득 짐을 싣고서 생경하고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은 가슴 속에 있는 여행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푸른 하늘과 녹지를 가르며 웅비하는 비행기의 모습은 자신과 살고 있는 세계와 이질감을 느끼며 일종의 흥분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삶 속에서 얻었던 고통들이 말끔히 씻겨 내리는 감각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 기쁘기도 하고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에 슬프기도 하고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터미널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오랜기간 떨어져 수개월 만에 만나 기쁨에 겨워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한 연인의 모습,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는 설레임에 웃음끼가 만연한 모습, 지겨운 출장으로 인해 피로가 가득한 회사원의 모습,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모든 심상이 한 공간 안에 응축이 되어 하나의 시야에서 모든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터미널이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서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은 항상 설레인다. 보딩패스를 받고서 비행기의 출발을 기다릴 때 그 감정을 글로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2015년 6월 4일 인천공항. 


 어쩌면 공항 안에서 면세구역을 지나는 수많은 과객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특별함을 느끼고 하나의 존재로서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문 앞에 서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설레임이 떠 다니는 이곳에서 혼자라는 외로움이 잠시 다가오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설레임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 또는 다른 타인과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 꿈과 같았던 시간 속에서 함께 걷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분, 10분이 지나고 그리고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탑승교를 지나 비행기에 타 안전밸트를 결속하고 세이프티 카드를 읽어가며 이국을 그렸다. 우리가 쓰는 언어와는 다른 언어 같은 동양인이지만 어딘가 조금씩 다른 외모, 그리고 내가 한국에 놓고 오는 모든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비행기가 푸쉬백을 하고 유도로를 따라 공항의 전경을 비추고 활주로 앞에 섰을 때 이제 진짜 떠난다는 감정이 내 가슴을 적셨다. 그리고 이륙사인과 함께 활주로를 질주 하자 이국의 정서가 벌써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다. 


 180여명의 사람을 태운 비행기가 중력을 거슬러 양력을 얻어 지면을 박차 올라 창공으로 솟아 오르고 180여명이 가진 서로 각자 다른 감정, 그리고 같은 공간과 같은 시야를 공유하면서 내가 살아가고 내가 싸워왔던 이 땅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나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곳을 떠나 2시간 30분을 비행하면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를 쓰기 시작할 것이고 이곳과는 다른 기후와 다른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맞이할 것이다. 


강릉비행장의 모습, 이것을 끝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를 벗어나 동해바다로 향하였다.-2015년 6월 4일 강릉상공. 


구름넘어 창공을 건너며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마음 속에 응어리들 그리고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자책 모든 것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살아왔던 약 29년 9개월이라는 시간. 


그리고 내가 쌓아왔던 추억들, 그 추억들을 소거해버릴려고 했었던 잔혹한 기억. 

청소년때나 하는 고민을 지금에야 하고 있는 나의 모습. 


뒤엉켜버린 감정과 여로에 대한 기대감이 한되 섞여버린 채 

2시간 30분을 보냈다.


 울릉도와 독도 상공을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영해를 빠져나와 일본의 영해에 들어갔다. 날씨가 좋지 않은지 드문 드문 보이는 바다는 검은색이었다. 파도 역시 매우 거쎈지 하얀 점들이 마치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바다를 건너 다시금 땅에 닿을 때 그리고 생경한 풍경을 접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동해바다를 건너갔다. 


-다음편에서...


하늘 끝, 이 대기권을 벗어나면 무한의 우주가 있겠지.-2015년 6월 4일 동해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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