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그리고 한국축구/suwon bluewings

전북전 후기

나그네 신군 2007. 3.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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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전주성을 향하다.

간만에 가보는 꾀나 장거리 원정이었습니다. 불과 몇개월간의 휴식이었지만 원정길에 있어서 상당히 헷갈리는 것도 많았고 또 무엇을 어떻게 했나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덕분에 다소 어리버리 했죠. 그리고 뭔놈의 날씨는 뭐가 그렇게 추운지 전날의 폭음으로 인해 술이 덜깬 상태에 더욱더 날카로워진 빅버드 칼바람은 저를 엄청나게 괴롭혔습니다. 수원 지지자 연대의 원정단을 기다리며 그저 알콜기운에 의지하여 추위를 버텨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나마 빅버드의 차가운 칼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차에 탑승한뒤 전주성을 향했습니다.

전주에 다다랐을때쯤... 뭔놈의 날씨가 오락가락하던지 안그래도 술덜깨서 죽겠구만 사람을 더욱더 정신없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그래도 남쪽이니깐 조금이라도 따뜻하겠지라는 기대감에 전주성에 도착... 허나 바람은 빅버드 보다 더욱더 날카로웠습니다. 그날의 경기라도 예상을 한듯 정말 미친듯이 불어댔고 날씨는 개었다가 눈이 오락가락 하였습니다. 칼바람과 눈을 해치고서 입장...전주성 역시 상당히 좋은 경기장이고 시야에 있어서 전혀 문제되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역시 문제라면 바람이었겠지요.

-전반전: 수원, 전북에 말려들다.

전반전에는 수원이 미들을 장악하면서도 공격의 예봉에 있어서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나드손의 아쉬운 찬스라던지 마토의 거의 골이나 다름없는 헤딩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공격의 날카로움에 있어서는 전북에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테보의 무브먼트에 의하여 수비진이 와해되는 현상이 간혹 노출되었고 양사이드백의 잦은 오버래핑으로 인하여 사이드 뒷공간이 많이 나면서 염기훈과 김형범의 빠른 스피드에 의한 역습을 자주 허용하였습니다. 전북은 패스 성공률이나 볼 점유율에서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러한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수원의 수비라인이 뒷걸음질 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전북역시 위협적인 찬스를 여러차례 만들어냈고 곽희주 선수의 쓸때없는 파울은 끝내 김형범의 멋진 프리킥골로 연결되었습니다. 비록 상대팀의 선수였지만 정말 잘찼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올릴 수 없었을 정도로 예리한 커브를 그리면서 골망에 꽂혔습니다. 물론 바람의 영향으로 인하여 공의 스피드가 더욱더 가속된 영향도 있지만 어떤 골킵이라도 그러한 슈팅을 막기란 참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수원이 볼점유율과 패스성공률이 앞서면서도 미들-공격간의 조직적 연결망이 완성이 덜 된 상태였기에 실속을 찾지 못하였고 골을 찾아서 열심히 역습을 하던 전북은 쉽게 리드를 할 수 있었던 전반전 이었던것 같습니다.

-후반전 : 환상적인 미들라인의 연계 그러나 공격수 발에 닿지 않는 공

후반전 역시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높은 패스 성공률과 절대 끊기지 않는 패스는 전북의 미들진을 힘들게 할 수 있는 요인이었지만 역시나 문제는 공격까지의 연결이었습니다. 배기종과 이관우 그리고 안효연등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면서 패스를 공급했지만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한 공격적조직력은 계속 아쉬움의 탄성만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드손을 빼고 김진우를 넣고 4-2-3-1 형태로 전환한 이후 공격진의 조직력이 상당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원이 연습경기때부터 호흡을 맞춰 왔던 선수들이 구성되었고 덕분에 공격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날카로움을 더했습니다. 조직적인 면이 살아나면서 안효연의 돌파에 의한 크로스에 의해 에두는 득점할 수 있었고 자신의 케이리그 데뷔골을 멋지게 장식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를 뒤로 하고 이후 이날 베스트 플레이어였던 이관우를 빼고 안정환을 투입하면서 다시금 공격의 예봉이 다소 꺽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안정환의 기본적인 감각은 여전한듯 했지만 6개월의 공백으로 인해 경기 템포와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수원지지자들로 부터 비난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수원은 다시 전북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여줬고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초래하면서 S석 꾸르바는 탄식의 소리가 자꾸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1-1의 무승부 서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고 양팀의 색깔이 뚜렸하게 나타난 경기라고 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쨌던 힘든 원정경기였고 예전의 전북과 달리 조직적인면이나 개인기량면에서 상당히 많이 발전한 전북을 상대로 하여 꾀나 좋은 경기를 보여 줬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기종료, 그냥 간단한 감상문

지금의 전북을 보면 예전에 김호감독님 시절의 수원이 자꾸 떠오르게 됩니다. 최강희 감독이 지도자의 길에 있어서 수원을 거쳐 가서 그런지 몰라도 선수들의 구성이나 전술적인 면을 들춰보게 된다면 옛 수원과 매우 흡사합니다. 양 사이드 윙어를 활용한 빠른 역습이나 중앙을 거쳐 빠르게 넓혀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특히나 김형범과 염기훈의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를 활용하는 모습은 예전의 수원에서 서정원과 데니스를 활용한 공격전술을 오버랩 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또한 양사이드백의 활발한 오버래핑 측면에서 벌려주면서 서있으면서 빈공간을 점유해주는 모습등을 보자면 99년때의 모습이 생각나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구성역시 김영선 장지현까지 있으니 더욱더 그럴만도 합니다.

이제 다시 수원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제의 수원은 역시나 아쉬움 투성이었습니다. 공격의 답답함은 작년에 비해 상당히 해소된 모습이지만 공격진의 구성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을때 나타나는 부조화는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나드손과 에두의 포지셔닝 자체는 상당히 좋았지만 둘간의 호흡이 약간의 차이로 어긋나는 것을 보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나드손에 대해 덧 붙여 보자면, 어제 움직임 자체는 상당히 무거웠지만 경기 자체는 상당히 잘 풀어 나갔습니다. 아킬레스건 부상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순간적인 스피드가 떨어지고 슈팅시나 크로스할때 발목의 힘이 다소 붙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는 경기를 충분히 뛰고 감각만 회복된다면 다시 예전의 나드손으로 돌아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 지난 대전전보다 발목의 힘도 좋아보였고 순간적인 폭발력 역시 대전전때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몇게임 더 뛰다보면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원 Best & Worst

Best-이관우, 에두

이관우-지금의 이관우를 보자면 수원의 팀플레이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해를 보면 수비적상황에서의 모습이나 포지셔닝에 있어서 다소 따로 노는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긴 했지만 올해는 완벽히 녹아들어 동료선수들의 움직임을 완벽히 생각하면서 볼을 공급해주고 수비에도 가담해주는 모습이 매우 적절하였습니다. 특히 어제의 경기에 있어서는 모든 공격이 이관우의 발로 부터 시작하였고 전북의 수비진은 이러한 이관우의 활약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에두-정말이지 에두선수는 칭찬할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활동폭도 상당히 넓고 공중볼을 뽑아낼때의 타점은 왠만한 수비수들 보다는 높게 올라갑니다. 움직임 역시 상당히 제빠른 편이며 스피드 역시 준족인지라 상대 수비수를 상당히 많이 괴롭혀 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이드 어태커 출신 답게 사이드로 빠지는 플레이가 많다는 점과 왼쪽발 밖에 못쓰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을 통해 골을 뽑아 낼 수 있었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선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수원 탑스트라이커로써의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Worst

안정환-경기감각이 너무나도 부족해 보여 아쉬울 따름입니다. 분명 드리블에 대한 감각이나 볼터치에 대한 감각은 여전한거 같지만 경기감각이 너무나도 떨어져있습니다. 본인은 나름 열심히 해볼려고 하는것 같은데 뒤쳐져 있는 경기감각에 눌려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슈팅 타이밍 역시 예전보다 늦어진 모습도 많이 보이고 있고요. 그래도 그가 어떻게 될지는 시간이 설명해주리라 믿습니다. 어렸을적 환타지 스타의 멋진 재림을 정말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