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7

걸어서 하늘까지-홋카이도 여행기 13.

15. 행복할 수 있다면 자전거를 탄지 어느덧 1시간 40분, 완전히 일상과 유리가 된 나는 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빠르고 어떻게 보면 느리게 스쳐지나갔던 풍경들...이제 비에이에서의 자전거 질주도 조금씩 종막을 향해 치닫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들도 모두 바람과 함께 날아가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 봤던 라벤더 밭을 상상하며 자전거 패달을 밟아 나갔다. 이윽고, 호쿠세이노오카 전망공원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보니 많은 패키지 관광객들이 와서 관광을 하고 있었다. 보통 후라노하고 비에이를 한 코스에 두고 패키지 관광을 하는데, 분명 후라노를 들린 뒤 아사히카와를 거쳐 자국으로 날라가는 중국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공원에서 혼자 라벤더 밭을 누비며 ..

하늘을 달리다2.-홋카이도 여행기.12

14. 변해야 하는 것들... '켄과 메리의 포퓰러 나무'를 떠나 세븐스타 나무로 향해갔다. 잠시 눈 앞에서 흘렀던 눈물이 멈추고 다시 눈 앞에 시원한 아스팔트 길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계속된 오르막길에 조금씩 지치기도 했고, 과거에 비해 떨어진 체력이 너무 아쉽게도 느껴졌다. 분명 충분히 쉬면서 갔다고 생각했지만 30대 초입에 들어선 내 몸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둔탁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그동안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당장의 삶에 집착하여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달리는 이길이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딘가를 자유롭게 누비는 것. 꽉 막힌 사무실 보다는 푸르른 초원이 달리거나 일상 속에서..

하늘을 달리다-홋카이도 여행기 11.

13. 언덕길의 아폴론 (비에이-패치워크미치) 시간이 되어 자전거 대여소로 향하였다. 하지만 9시가 다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가게가 열리지 않아 있던 것이다. 분명 블로그에서는 여름에도 영업을 하는 것 같았는데, 가이드북 같은 경우는 6월에는 자전거 대여가 없다는 뉴앙스의 글을 보고서 큰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된다면 내가 계획했던 것들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여차하면 코인로커에 짐을 맡긴 뒤 도보로 비에이의 패치워크미치를 걸어갈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혹시라도 9시 정각이 좀 넘은 시간부터 영업이 개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담배도 펴보고 휴대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운명의 시간, 난 이 일정이 엉키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가슴 깊은 곳의 로망이 붕괴가 되는 것이다. 오로지 이 생각 뿐이었..

시대의 교차점-홋카이도 여행기 4

5. 하코다테의 민낯 (하코다테역-고료가쿠, 하코다테 시덴) 아침이 밝았다. 최근에는 보통 서울에서 5시 30분 정도면 해가 뜨기 때문에 나의 신체리듬 역시 거기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날의 피로와 약간의 숙취가 있는 가운데 따가운 햇살이 나의 뺨을 스치고 있어서 금새 일어나고야 말았다. 여기에 여행으로 인한 아드레날린 분비가 넘쳐나는 가운데 티비를 켜고 그냥 일어나버렸다. 몸으로 느끼기에 대충 6시 40분에서 7시 정도라고 느꼈지만 이게 무슨일인가. 시계는 새벽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전에 도쿄에 갔을 때에도 서울보다 30분 정도 해가 빨리 떠서 상당히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그 보다 더했다. 아무래도 그야 말로 동쪽 끝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으나 (하코다테의 경도는 호주 시..

수줍음에 대해.-홋카이도 여행기 3

4. 신데렐라의 드레스 (하코다테역-하코다테산 전망대, 시영전차) 드디어 하코다테에 도착을 하였다. 집에서 나온지 11시간만이었다. 조금은 추우리라 예상하였지만 예상을 밖을 벗어난 추위였다. 날씨 예측을 다소 서늘한 수준으로 생각했던 나에게는 비까지 온 뒤 따뜻한 태양마저 가려버린 덕분에 오로지 빠르게 호텔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처에 나와있는 안내에 따르면 호텔은 하코다테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초행길도 모자라 추위까지 엄슴을 하니 가는길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바람은 어찌나 쎄게 불던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캐리어 역시 무겁게만 느껴졌다.―한국의 늦봄 날씨를 예측하고 짐을 쌌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는 덕분에 무게만 더 나가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물론 ..

첫느낌에 대하여-홋카이도 여행기 2.

3. 대장정 (신치토세공항-미나미치토세역-하코다테, 특급 호쿠토) 동해 바다를 건너고 건너 곧 도착함을 알리는 안전벨트 싸인과 함께 비행기를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일본에 들어오고 난 이후 구름이 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정확히 어느 지점을 지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점점 구름이 가까워져가고 구름층을 통과하였을 때 어느 지점인지 비로소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바로 도마코마이 상공을 지나 신치토세 공항으로 접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창가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있었고 무언가 많이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윽고 구릉지대를 지나면서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이국에 왔음을 실감하였다. 천천히 스로틀을 내리고 날개측에 붙어있는 에어브레이크가 펼쳐지면서 엔진 출력소리가 줄..

푸르른 하늘 아래 낙원을 그리며-홋카이도 여행기 1

1. 프롤로그 어느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고 꿈을 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소망은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단어와 함께 소멸이 되고 가슴 속에 아련한 꿈은 그저 한줌의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갈 따름이다. 그 무엇보다 가슴 속에 남은 갑갑함들...나의 대한 미래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소중한 사람에 대한 생각 현실이 결박 시켜놓은 내 자유에 대한 분출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있었다. 회사일도 지치기 시작하였고 도회지를 벗어나 낙원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금은 천천히 내 마음 속의 혼란한 세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를 가야할지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해 갔었던 킨키지방을 갈 것인가 아니면 일본이 아닌 태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를 갈지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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